2008년 10월 13일
시월이란

겨울에서 여름, 여름에서 겨울로 가기까지의 중간에서 거쳐야하는 물리적인 기온의 변화는 같을지 몰라도 봄과 가을, 그 둘의 분위기는 아주 달라지고야 만다. 엊그제는 간만에 오전 수업이 비었길래 일찌감치 화실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이층 화실에서 의욕 충만하게 이젤을 펼쳤으나 검은 커튼을 비집고 들어오는 보드라운 햇살과 열한시의 촉촉한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앉은채로 꼬박꼬박 졸다가 기어코 의자까지 붙여 놓고 오수를 즐겨버렸다. 결국 그림은 반도 완성하지 못한 채 돌아갈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왔는데 시월이 내게 쏟아졌다.
봄과 많이 닮았다. 나뭇잎 사이로 갈린 햇살은 따습고 여름 끝자락의 물들기 직전의 초록은 눈부시지만 봄날의 그것처럼 마냥 천진난만하지 않다. 노골적으로 무성해지는 여름을 뒤에 두고 산뜻하게 피어나는게 봄이라면 가을은 웅장한 겨울의 도래를 웅크린 속에 품고 조금은 성숙하다. 그럼에도 설렘만은 잊지 않아 풍부한 감성을 자아내는게 시월, 가을의 매력이다.
# by | 2008/10/13 00:52 | Colors, 눈을홀리다 | 트랙백 | 덧글(1)





싸이도 네이버도 무심코 넘겼는데